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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일보 인터뷰] 고금희 시드니대 혁신디자인 연구소 연구원

기사승인 2019.08.08  16: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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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 기계와 관련된 디자인은 곧 사람의 마음을 디자인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시드니대학원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고금희 연구원이 최근 ASAIO(미국인공장기학회) 제 65차 연례학술대회에서 ‘What Really Matters’라는 주제로 인공심장 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다뤄 ‘Y Nose International Fellowship’ 상을 수상했다. ASAIO 는 인공심장, 인공 안구, 인공 폐, 인공 간 등의 인공 장기와 그 재료를 연구하는 모임으로 학술대회는 매해 40여 개국 1,000편 이상의 논문이 접수되는 등 세계적 권위를 지닌다. 해당 컨퍼런스의 수상은 엔지니어 혹은 의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디자인 분야에서의 수상 소식은 시드니대를 비롯한 전 세계 학회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고 연구원은 심실보조인공심장 (VAD, ventricular assist device)과 연계된 앱 개발, 사용자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마음을 디자인한다!
호주에서는 하루 125명이 심장 질환으로 사망 하고 있다. 이는 매 12분마다 1명꼴로 사망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호주 인구의 6명중 1명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다. 

환자는 늘어가지만 뇌사자의 심장을 기증받아 진행하는 심장 이식 수술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 현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기계적 의미의 심장 보조장치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환자 신체 상황에 따라 혈전이 생기는 등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금희 연구원은 여러 어려움들 중 VAD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엔지니어와 의사는 치료와 기능에만 집중하고 사실상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에 대한 감정을 보지 못한다.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남성이 많다 보니 기계의 모양도 투박하다. 환자일지라도 여성은 특별한 날에 드레스를 입고 싶기 마련인데, VAD를 넣고 다니는 가방은 남성 위주의 디자인이다. 현재 디자인은 기능만을 강조하며 다양한 환자들의 마음을 살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VAD는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환자의 피를 순환하게 하는 장치로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정한 시간, 속도에 맞춰 움직이게 디자인 되어있다. VAD는 심장에 부착하는 펌프가 있고 환자의 배를 통해 관이 밖으로 나오고 그것이 컨트롤러 및 두개의 배터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환자는 이것을 하루 24시간 부착하고 있어야 한다.

VAD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환자는 그 즉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환자 및 간병인은 굉장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작동 여부에 대한 확인 및 건강 일지를 매일 기록해야 하는데 현재는 수기로 일일이 종이에 적고 있어 데이터화가 시급하다고 고 연구원은 말한다 

그의 학술 논문에 주요한 사안은 ‘앱(app)’ 개발이다. 이는 1주 혹은 2주에 한번 꼴로 병원에 방문해 기계작동확인을 받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줄 뿐아니라 매일 적어야 하는 환자의 건강일지 및 약 복용 여부 등을 디지털화해서 월별 혹은 연별로 그래프를 만들면 건강의 변화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박한 장치를 조금 줄 일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졸이며 수시로 혈당 등 환자의 건강과 피해야할 음식 섭취 확인을 해야하는 가족과 간병인의 일도 줄여 줄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은 수시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 할 수 있고 기계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도 직접 환자를 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좀더 보기 좋게 예쁘게 만드는 디자인이 아닌 사람의 마음, 삶을 디자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 연구원은 강조한다. 

경험을 디자인 한다!
호주에 온 건 20살이었다. 부모님의 결정에 그저 따라왔고 언어 연수를 거쳐 관심 있었던 UNSW대 산업 디자인과를 들어갔다. 언어를 따라가며 공부하기에 급급했고, 졸업과 함께 의자, 책상 같은 가구 디자인을 하고 싶어 이력서를 백방으로 보내 봤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호주에서는 크고 작은 전시나 이벤트가 상당히 많이 열리는 편이고 프로젝트 마다 계약직 근로자 고용을 꽤 많이 하는 편이다. 또한 전시 디자인은 가구디자인과 많이 근접한 디자인 영역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분야였다. 다행히 시드니 모터쇼 프로젝트에 계약직으로 참여하게 됐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풀타임 직원으로 채용됐다. 

산업디자인 분야는 호주도 녹록치 않다. 물론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하는 직원 및 분위기를 가진 회사도 있지만 개인과 팀의 능력 성장을 중요시 하는 회사도 있다. 고 연구원도 아침 5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가서 샤워만 하고 와서 다시 출근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도 있다. 프로젝트가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밤을 새기도 일수. 그렇게 정신없이 일에 그야말로 미쳐서 지내다 보니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 세월 속에 커먼웰스 뱅크, 나이키, 웨스트팩, 맥콰리뱅크, 포드, GE, 캐논 등 굴지의 기업들의 전시와 이벤트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이러한 전시 및 이벤트 같은 경우 물론 기업의 이미지와 전체적 디자인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에 온 고객들의 경험을 디자인 해야한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아닌 관객 개개인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그들의 감정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정부가 주최하는 큰 행사들도 참여했다. 시드니의 가장 큰 행사인 새해맞이 불꽃놀이 프로젝트를 5년간 맡았고, 안작데이 100주년 행사도 수석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안작데이 100주년 같은 경우 한 어린 군인이 전쟁에 참여하고 많은 일을 겪고 부모품으로 돌아오는 스토리를 테마로 해서 각 디자인팀들이 구성해 나갔다.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지냈기 때문에 6.25전쟁, 일제 강점기같은 한국역사는 쉽게 마음에 담을 수 있지만 안작데이의 의미와 감정을 느끼고 디자인에 표현하기란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디자인을 위해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 만나봐야 했다. 

호주 현지 전시 디자인 분야에서 10년을 넘게 일을 하면서 안타깝게도 아직 한인들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관심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산업 디자인 분야를 제품 디자인 같은 협소한 시각이 아닌 다양한 분야로 포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길 조언한다.

이제는 상품, 예를들어 모바일 폰을 디자인을 한다면 기계 자체에 대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경험을 포함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 전시회장도 미술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처음 입장했을 때부터 그 공간을 떠날 때까지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디자인 해야한다.

신제품 전시에 관한 일을 10여년간 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 그리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시드니 대학교에 있는 혁신 디자인 연구소에 들어와서 연구 및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공심장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앱 디자인은 그가 이제까지 해왔던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영역이지만 사용자와의 경험을 디자인 한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같다.

 첫 연구에서 상을 받는 좋은 결과를 받게 되어서 감사하다. 그런데 이제 환자와 인터뷰를 해야하고 실제 적용하는 작업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좋은 사람들의 삶을 위한 좋은 디자인 만들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양다영 기자 yang@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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