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투숙 거부.. “은연 중 편견 고착돼 차별인지도 몰라”
“개고기 먹느냐?”, “영어 잘 하네”라는 말 다반사로 들어   

캐나다 출생의 산부인과 및 부인과 전문의 앨리스 한

캐나다에서 출생한 한국계 산부인과 의사(obstetrician) 겸 부인과 전문의인 닥터 앨리스 한(Dr Alice Han)이 지난 5월 중순 NSW 북부 그라프톤(Grafton)에서 모텔 투숙을 거부당했고 매춘부(a sex worker)냐는 질문을 12시간에 두 번씩 받는 등 분명한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호주 공영 ABC 방송과 채널10 뉴스에 이 해프닝이 지난달 말 보도됐고 최근 한국내 언론에도 보도됐다.
 
하버드의대를 졸업한 닥터 한은 테드(TED) 강연자로도 알려진 전문의 겸 여성 보건 전문가다. 그녀는 지난 5월 멜번의 한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하기위해 토론토에서 호주로 이주했다. 

5월 18일(토) 새 차를 몰고 멜번에서 브리즈번으로 가던 중 NSW 북부 그라프톤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이날 밤 9시반경 견인 트럭 운전자가 온라인으로 예약한 인근 모텔에 내려주었다. 모텔은 밤 9시에 문을 닫았지만 모텔 주인(백인 중년 남성)이 문을 열어 주었고 약 10분 정도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닥터 한은 모텔 주인과 무례하고 공격적인 언쟁을 한 뒤 모텔 밖으로 쫓겨났다. 
 
모텔 주인은 닥터 한에게 “당신 매춘부냐?(are you a working girl?)”고 질문했지만 그녀는 무슨 의미인줄 몰랐다.  

그녀는 “코프스하버의 한 호텔에 묵을 예정이었지만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늦은 시간에 갈 수 없어 이곳에 예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텔 주인은 “그런 설명이 의심스럽다. 며칠 전 한 (아시안) 여성이 비슷한 말을 하며 모텔에서 매춘을 해서  그녀를 쫓아냈다”고 말했다. 

이에 닥터 한은 “지금 창녀(A prostitute?)를 의미하는 건가?” 라고 질문하면서 그녀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난 창녀가 아니고 의사이며 하버드의대 전 강사였다”고 설명했다. 

그 후 잠시 동안 모텔에서 코프스하버 호텔의 예약 관계를 온라인으로 확인하려고 하자 모텔 주인이 갑자기 화를 내며 이기적이라고 나무라면서 “우리도 투숙객을 골라서 받지 않을 수 있다”면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채널 10 뉴스(10 Daily)와의 대담에서 닥터 한은 “언어폭력을 당하며 모텔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닥터 앨리스 한의 모텔 입실을 거부한 그라프톤의 한 모텔

그러나 모텔 주인은 “그녀의 행동이 무례했고 내 앞에서 직접 예약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는 등 인정머리가 없었다  (inconsiderate). 나도 투숙객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매춘부인지 거듭 질문한 점은 인정했다

그는 “밤늦게 여자 혼자 모텔에 왔기에 의심을 했다. 사전에 전화를 하거나 보험회사가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다”면서 인종차별을 했다는 점을 강력히 부인하며 “그녀를 인종적으로 규정한 사람은 바로 그녀”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 나라에 약간의 인종차별이 있다. 그러나 일부가 만들어내는 것처럼 심하지는 않다. 그녀가 인종카드를 이용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닥터 한은 지역 경찰서에 모텔에서 당한 사례를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신고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도 인종차별 사례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닥터 한은 5월 18일 밤 그라프톤의 다른 모텔에서 투숙했다. 월요일까지 타이어숍이 문을 안 열어 코프스하버로 가기위해  일요임(19일) 아침 그라프톤의 기차역으로 걸어가다 방향을 잃었다. 한 백인 중년 남성이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면서 닥터 한에게 “코프스하버에 매춘을 하러 가나?”라는 질문을 했다.

12시간도 안 돼 두 번째 똑같은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이와 관련, 닥터 한은 채널 10 뉴스와의 대담에서 “불과 잠시 이들을 만났을 뿐인데 불구하고 이런 무례한 질문을 받은 것은 이들이 나의 외모(아시아 여성)와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 인종에 따라 혐의를 두는 행위)에 대해 은연 중(암묵적) 편견(implicit bias)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진료를 하는 닥터 앨리스 한

한국계인 닥터 한은 호주에 온 뒤 "개고기를 먹느냐",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빈번하게 들었다“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이 모든 차별에 매우 화가 났지만 정작 호주인들은 자신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의 이야기가 '암묵적 편견'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호주에서 매우 당혹스러운 일을 당했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이 긍정적인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 은연 중 차별(편견)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생각을 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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