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ABC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라디오 생방송 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직원들과 청취자들이 충격과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ABC는 1952년부터 67년 동안 계속해온 올림픽 라디오 생중계 판권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11일 확인했다.

ABC의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예산에 대한 압박과 방송 환경 변화로 이루어 졌다”며 “방송국은 올림픽 경기에 대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지 않지만 뉴스와 종합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 내용을 정리해서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라면서도 “방송국은 예산의 우선 순위와 호주인들이 다른 수단을 통해 올림픽 경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ABC 스포츠 관련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ABC에서 37년간 근무하고 은퇴한 전 스포츠 기자 피터 윌킨스(Peter Wilkins)는 “부끄러운 결정”이라며 방송국의 결정에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스포츠 해설가인 줄리안 애봇(Julian Abbott)도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와 호주는 시차가 거의 없는 편리한 상황이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ABC는 호주의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채널 7으로부터 라디오 중계권을 사 왔는데 올림픽 중계에 들어가는 인건비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 절감을 위해 지난 올림픽에서 ABC는 소규모 중계팀을 현지에 보내 왔고 대부분은 호주에서 중계를 지원했다. 

올림픽 라디오 생방송을 위한 예산은 불과 수십만 달러 규모이다.

정부는 연 10억 달러 규모의 ABC 방송국 예산을 계속 줄여 왔는데 지난 3년간 삭감된 예산은 총 8천 4백만 달러에 이른다. 이번 라디오 중계권 포기는 방송국이 받고 있는 예산 절감 압박에 따른 것이다.

호주올림픽위원회(AOC)는 “ABC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방송국 경영진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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