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주에서도 ‘사회 붕괴’ 수준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다. 호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 추세가 가파른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3-4일 간격으로 2배 급증하면서 26일 오후 1시 기준 2,73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12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NSW는 일찍이 ‘위험경보’가 커졌다. 25일(수) 오후 8시 현재 1,219명으로 전국의 44.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190명이 추가됐다.
이런 위기 상황을 감안해 그동안 가급적 정부 비난을 자제해 왔지만 상황의 위급함을 보면서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호주 보건 당국의 인력과 시설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입으로는 준비가 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 자체가 없다. 불과 한 주 전인 지난 19일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시드니 서큘라키 외항선 부두에서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Ruby Princess)호 탑승자들 중 호주인들의 하선(입국)을 허용했다.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에 도착한 이 크루즈에도 다수의 감염자들이 있는 점을 알면서 격리 수용이나 발열 검사조차 하지 않은채 귀가를 허용했다. 한 탑승자(60대 시드니 부부)는 “2주 자가격리하라는 안내문 한 장이 전부였다. 하선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놀랐다. 아무 일 없다는 반응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루비 프린세스 하선자 중 NSW에서 121명, 다른 유람선인 오베이션 오브 더 시(Ovation of the Seas) 하선자 중 31명이 확진 판명을 받았다. 국내 감염 외 해외 감염이 하루 사이 152명 추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NSW 확진자 1,219명 중 647명(53%)이 해외 감염자들이란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 

해외 입국자 관리가 이처럼 허술한 선진국은 아마도 호주 밖에 없을 것 같다. 인근 뉴질랜드는 이탈리아, 미국, 영국에 이어 호주의 확진자 급증 추세를 보면서 신속하게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켰고 국내 이동조차 소수 예외(병원, 약국, 슈퍼마켓 방문)를 주면서 전면 폐쇄에 돌입했다. 뉴질랜드도 인력과 시설 부족은 호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발 빠른 대응과 단호한 조치(강력한 리더십)로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렇게 했어도 26일 현재 뉴질랜드의 확진자는 283명으로 78명이 늘었다.

   둘째, ‘굼벵이’ 속도의 위기 대응 방식을 이번 기회를 통해 뜯어 고쳐야 한다. 
연방 보건부는 주별 통계만 집계하고 세부 통계는 각주 보건부가 발표한다. NSW 보건부 웹사이트를 보면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와 연령별 분포를 공개한다.*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대(18.9%)와 30대(17%) 감염자 비율이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21일(토)에서야 본다이 비치에 수만명이 몰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서둘러 부분-셧다운을 발표했다. 이보다 최소 한주전이나 10일전 클럽, 비치, 스포츠경기장 등을 폐쇄했어야 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다니며 하우스 파티 등을 즐겼다. 약 3-4주 동안 젊은 층이 감염에 그냥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이 측면에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지금 혹독한 대가(젊은 층 감염 폭증)를 지불하는 것이다. 비전문가 시각에도 젊은 층의 감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한 달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는데 보건당국은 어떤 건의를 했는지 의문이다. 테러 방지를 위한 지역사회 감시도 필요하지만 이런 기본적 위험 상황을 당국이 감지하지 못한다면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호주 정부의 비효율적인 경기부양책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호주 외 여러 나라에서 특단의 대책들이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규모와 방법, 효율성 측면에서 호주의 1, 2차 경기부양책은 ‘아마추어 수준’의 혹평을 받는다. 1차에 복지수당 수혜자들 중심으로 $750 보조금을 지불하고 2차 실직자, 자영업자 등 2주 $550 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세제 지원 또는 대출 등 다른 방안은 엄밀한 의미에서 구제안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금은 어려운 소비자들의 통장에 1천달러 내지 몇 천 달러씩 실탄을 공급하고 세입자는 임대비 보조, 근로자는 급여 지원(영국 80% 보조) 등 현실적이고 직접 효과를 주는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사업이 살아남아야 재고용, 융자 상환, 세금 납부도 가능하다. 망해서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본지의 2차 경기 부양책 기사(아이탭)에 “서둘러라. 익사한 뒤 물에서 꺼내 앰블란스, 헬기 출동 등 호들갑 떨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댓글을 봤다. 정확한 지적이다. 급류에 빠져 살려달라는 사람을 우선 건져내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 당연히 가속도를 내야 한다. 현금 지원안도 4월 27일부터 시작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고 임대비를 못내 쫓겨날 형편인 세입자들이 한 달 동안 어떻게 견딜 수 있나? 

“바이러스 감염보다 생계의 절박함이 더 무섭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국민들이 특권을 부여한 선출직 공직자들이다. 급류에 빠진 수 많은 국민들을 모든 수단 동원해 가장 많이 구해내야 하는 게 지금 이들에게 부여된 지상과제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유감스럽게도 스코모의 비효율적인 립서비스와 거듭된 호소..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국민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명령이기에.. 

* NSW 보건부 관련 웨사이트 참조:  
https://www.health.nsw.gov.au/news/Pages/20200326_00.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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