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로 2020년 당선작 수상
한국내 대학 ‘한국어학당’ 시간강사들 생존 간절함 묘사  
시드니에서 한국어 가르치며 작품 활동

시드니에 거주하는 서수진 작가와 2020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출간된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

시드니에 거주하는 소설가 서수진 씨의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가 지난 5월말 제 25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3천만원)으로  선정된 것이 동포사회에는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설가 강영숙, 김유진, 최진영, 편혜영, 문학평론가 서영인, 신샛별, 오혜진, 장은정 등 전원 여성 작가들로 위촉된 올해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은  265편의 응모작 중 서수진 작가의 <코리안 티처>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한국내 대학의 한국어 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성 강사 네 명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어학당이라는 공간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구현하면서, 그와 관계된 인물들이 풍부하게 등장하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각 인물이 처한 서로 다른 상황과 그에 따른 내면이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드러나 있어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용이하고 몰입도가 높았다”라고 평했다.

출간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던 시상식은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인터뷰로 대체됐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도서관 책을 모두 읽고 다시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청소년기에는 “순정만화같은 스토리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다”는 서수진 작가는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를 했다. 2006년 경장편 <꽃이 떨어지면>으로 이화여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제1회 이화글빛문학상을 받았고 서울문화재단 웹진 <비유>와 문예지 <문학3> 등에 단편을 발표하긴 했지만 신춘문예나 잡지 신인상 같은 ‘공식’ 등단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

직접 그린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다음은 서수진 작가와 일문일답. 

▶ 당선작 <코리안 티처>에 대해 오혜진 평론가는 “충분한 인적, 물적 여건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외국 유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한국어학당’이라는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냈다는 점과, “결코 ‘미래’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고객님’들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시간과 노동, 감정과 에너지를 마지막 한 알까지 쥐어짜내는 무저갱(無底坑)의 세계, 그런 세계조차 누군가에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가능성’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평을 했습니다. 서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일하며 목격한 사실들이 많은 부분 소설의 바탕이 됐나요?

“제가 여러 대학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면서 경험했던 일, 또 제 동료 강사들이 다른 한국어학당에서 경험했던 일이 조금씩 들어가 있지만 이 책에서 제가 쓰고 싶었던 건 하나하나의 경험이 아닌 그 모든 경험을 지배했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제가 대학 어학당에서 일할 때, 한번은 강의평가 결과를 가지고 강사들의 3분의 1을 자른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사실 우리는 모두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해고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약연장이 안 되는 것뿐이었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그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는 것뿐이었죠.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해고를 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도요. 간절했거든요.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그런 간절함은 모든 대학의 어학당에서 일하시는 강사들, 넓게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기본권인 생존에 대해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한 책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부당한 노동환경 터 놓고 얘기하며 개선되기를 희망

▶ 서평을 통해 본 내용은 기관 운영 방식의 비체계성, 고용 상태의 불합리성 등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고발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어 강사들의 현실이 알려지고 처우 개선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는 모든 독자분들이 살아내는 (비정규직의) 부당한 노동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신다면 좋겠어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숫자가 겪고 있는 일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참고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이야기해보고 바꿔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그런 이야기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자랑스러운’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의 ‘자랑스럽지 못한 현실’ 지적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소설은 한국의 한 대학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여성 강사 네 명의 이야기예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 교육이 꾸준히 발전되고 확장해 왔지만, 한국어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어 강사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에 계약직인 경우가 많아요. 한류의 맨얼굴이랄까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자들이 처한 자랑스럽지 않은 현실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학기당 계약을 연장하고, 그러니 해고되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도리어 매 학기 해고되지 않기 위해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면서 그 안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삶이요. 지금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당신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달까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에 특별히 영향을 준 작품이 있나요?

“초등학생 때 책을 하도 기계적으로 많이 읽어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기억 안 나거든요. 그런데 기억에 남는 책이 딱 한 권 있는데, 그게 ‘노인과 바다’예요. 노인의 투쟁이 너무나 처절해서 읽는 동안 깊은 자국을 남긴 것 같아요. 결국 뼈만 가지고 돌아오는 결말까지 너무 완벽해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그 감동이 지속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 다시 떠올려보니 그 결말이 저에게는 절망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투쟁과 실패, 그러나 그것이 다른 의미에서는 진정한 승리로 보여진달까요. 죽기 전에 그런 책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도전하고픈 문학 스타일이 있다면..?

“다음 소설에서는 호주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에 대해 그려보고 싶어요. 욕심을 부릴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많은 삶을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코리안 티처’처럼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로 구상하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로 호주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며 살아가는지 그려보고 싶어요.”

▶독자들이 특정한 작가를 떠올릴 때 그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게 되는데 서수진씨는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희망하나요?

“작가의 말에도 썼는데, 저는 늘 제 글이 읽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써 왔거든요. 그래서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제 책이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서늘한 간극을 날카롭게 그려내면서도 빠르게 읽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기억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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