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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호일보 전문가 대담 연재(4) 김진향 개성공단 이사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0.08.27  15: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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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수단일 뿐”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고  6.15 공동선언 20주년이다. 호주에서는 시드니올림픽 남북공동입장 20주년이 된다.
한호일보는 ‘한반도 평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취지에서 전문가 연쇄 인터뷰를 기획했다. 송지영 교수(멜번 대학 한국학 교수), 동포 인권운동가 강병조 KCC(한국교육문화센터) 대표, 남북관계 전문가인 개성공단 김진향 이사장 순으로  서면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註)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으로 형성된 남북 화해 모드가 작년 2월 북미정상 간의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지난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화풀이까지 했다.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집약된 키워드라 할 수 있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평화 실현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어려운 해결 과제로 남아있고, 현재 코로나 사태와 11월 미국 대선으로 남북관계는 예측조차 어렵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과 해외동포로서 할 수 있는 민간부문 역할에 대해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 2월 시드니에서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 주제로 개최된 김진향 이사장 초청강연회

미국의 ‘분단체제 유지’ 한반도 전략 탈피해야
인식의 오류 → 상황 분석, 정책  실패 악순환
4.27 선언(종전선언.평화협정 합의)도 진전 없어 

▶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증진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 국제정치적 제약요인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전략이 한반도 분단체제 유지에 있다는 것이 큰 장애요인입니다.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국제정치는 개별 국가들의 국익 중심의 외교전이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지난 100여년의 한반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분단체제 75년의 역사는 한반도 문제가 실은 국제정치적 패권의 산물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는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이 북에 대한 적대정책- 전쟁상황 유지(휴전협정 유지), 즉 분단체제 유지전략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남북관계의 평화적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북측의 평화협정 체결 요구를 늘 묵살해왔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종전선언/ 평화협정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실천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분단체제는 불평등 한미관계(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 전작권,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의 틀 위에 있습니다. 미국의 국익이 한반도 분단체제 유지라면 우리의 국익은 분단체제를 넘어 평화체제, 통일로 나아가는 길인데 그것이 충돌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참 당혹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입니다. 즉 우리 스스로의 역량의 한계, 구조적인 인식의 부재 및 오류가 그 원인입니다. 분단체제가 만들어 놓은 북에 대한 무지(북맹; 北盲)와 남-북-미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에 의한 우리 스스로의 정책 실패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식의 오류는 상황 분석과 정책 실패를 만듭니다. 그런데 분단체제는 끊임없이 인식의 오류를 확대재생산하는 체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이 분단체제 유지전략에 있다는 것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얼마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적지 않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분단체제 유지전략에 대한 이해가 확고하면 평화/통일, 남북관계 문제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적 관점에서 확고히 풀어갈 수 있는데 남북관계 일반을 미국과 상의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런데 분단체제는 이런 인식의 부재(오류, 한계)를 양산하는 체제였습니다.
모든 인간관계, 사물의 질서가 상호작용의 관계이듯이 남-북-미 관계도 일방적 관계가 아닌 철저히 상호작용의 관계입니다. 분단체제는 보편적으로 북측의 일방성만을 부각시키지만 남북관계나 한미동맹과 북측의 관계는 선악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북미간 갈등의 근본문제는 전쟁을 못 끝내고 있는 적대관계가 문제이므로, 북미간 전쟁상황을 평화상황으로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은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근본문제를 풀려는 것이고 미국은 평화협정에 반대하면서 비핵화 문제를 빌미로 분단체제를 유지하려는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 자체가 거의 부재한 상황입니다.
셋째,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제재) 중심의 대북정책이 주를 이루는 구조적 한계가 계속 관성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정부의 대북평화정책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종전평화협정 체결이 ‘비핵화 해결’의 열쇠
‘한미동맹’ 중심의 대북정책  한계 노출

▶ 일부에서는 남북문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가 미국의 ‘비핵화 프레임’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네, 매우 정확한 지적입니다. 우리 정부의 정책실패 중 가장 큰 정책실패가 바로 왜곡된 ‘비핵화 프레임’에 우리 스스로가 갇힌 것입니다. 즉 우리 정부는 비핵화문제 진전이 없이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비핵화 우선론을 주요정책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이것은 엄청난 인식의 실패, 그로 인한 정책실패였다고 평가합니다.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수단, 과정일 뿐입니다. 즉 ‘평화를 위한 비핵화’인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평화를 위해서라면 종전선언도, 평화협정 체결도, 남북간 인적교류, 사회문화예술체육교류, 남북경협 등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들 전체가 평화를 진전시키고 비핵화도 진전시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비핵화 문제의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한반도 전략을 그대로 갖고 와서 적용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정책실패입니다.
비핵화 프레임에 갇히면 4.27과 9.19 남북정상회담, 6.12 싱가폴 북미정상 회담과 2.28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모두 ‘비핵화회담’으로 인식하지만 더 큰 가치인 평화의 프레임으로 보면 위 모든 회담들은 ‘평화회담’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핵화는 평화의 선결과제 및 전제조건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다양한 남북간 신뢰구축의 사업들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비핵화의 프레임을 평화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핵화의 중재자에서 평화의 당사자/주체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비핵화 프레임은 한미공조(제재의 틀)를 중심축으로 북한 문제 풀기라는 인식에 갇히지만, 평화의 프레임은 남북공조(민족공조 화해의 틀)를 중심축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조변화가 가능해집니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한마디로 평화입니다. 즉 휴전 상황이라는 전쟁상태의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실질적 평화 구현입니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입니다.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수단과 과정입니다. 즉 비핵화의 수단(과정)을 통해 평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화를 위한 비핵화의 프레임이 맞고, 평화를 위해 비핵화도, 종전평화협정도, 남북관계의 다양한 교류협력사업도, 경제협력도 모두 함께 풀어가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북핵문제 해법의 본질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해소에 있습니다. 즉 종전평화협정을 통해 실질적 평화를 구현하면 비핵화는 시나브로 해소되는 것입니다. 즉 비핵화의 가장 확실한 조건은 북이 핵을 갖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종전평화협정 체결입니다. 종전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북에게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의 전치로써, 평화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작년말부터 운영하고 있는 ‘김진향TV’ 채널을통해 남분문제에 대한 통찰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있다.

“협의 채널로 출발한 ‘한미워킹그룹’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

▶소통과 공조를 위한 협의체라는 명목 아래 2018년 11월에 만들어진 ‘한미워킹그룹’의 활동이 사실상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대상이 아닌, 남북간의 인도적 사업에 대한 개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서 한미워킹그룹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북핵문제 공동대응과 남북협력 사업관련 제재 면제를 협의하기 위한 채널로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에서 남북의 최고지도자들이 합의한 남북협력사업들이 실천되지 못하도록 한 매우 비정상적인 기구입니다.
법적/제도적 기구도 아닌, 실무협의 회의체에 불과한 기구가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정책 일반에 대해 개입하고 그 실천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미워킹그룹이 그렇게 운영되도록 방조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한미간 협의기구인 회의에서 미국의 반대의견이 있었다고 그것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하듯이 한미워킹그룹의 결정을 충실히 수행한 것은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독자적 자율성을 스스로 제약한 정책실패로 평가합니다.
결국 우리 정부 정책결정 단위의 인식의 오류(한계)가 낳은 결과로 보여집니다. 한미동맹이라는 특수한 조건에 충실하기 위해 상호 협의하고 미국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지만, 동맹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미국측 의견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따랐던 과정이 결국 남북관계의 실패, 평화의 실패를 낳았다는 측면에서 매우 치명적인 정책실패로 평가됩니다.
방법은 명료합니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한민국 국익 중심의 대미외교에 충실하면 됩니다. 너무도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남북미중으로 종전평화협정 진행 바람직”

▶1953년 정전협정문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의 서명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평화를 위한 종전선언을 위해 다자외교를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전쟁 종식,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한국의 주체적 역할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휴전협정의 조인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의 주체이고 평화의 실질적 당사자입니다.
형식논리상 평화협정의 주체는 북측, 미국, 중국이지만 내용적 주체로서 우리가 평화협정에 당연히 참여하면 됩니다. 4자의 틀 속에서 종전평화협정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1953년 7월 27일 당시의 휴전협정은 이승만 정부가 휴전협정을 반대했기 때문에 협정체결의 장에 없었습니다. 평화협정 체결의 장에 우리가 포함되는 것은 이론의 여지 없이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범위를 넘어서는 다자적 해결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엄청납니다. 평화협정의 주체로서 아무런 손색이 없고 그것을 부정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평화협정의 실질적 효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에 대한 온전하고 정확한 이해 중요”
‘아는만큼 보인다’  직접 방문도 좋은 방법 

▶ 국제사회 속에 퍼져있는 북한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부족한 이해에 대해 해외동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각지에서 그 나라의 시민으로 살면서 고국 땅의 평화와 번영을 희망하는 해외동포들은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국제적 연대의 기본 힘입니다. 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재외동포 역할은 공공외교의 한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남과 북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하나의 민족, 조국이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남과 북 모두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남과 북이 분단을 통해 겪게 되는 설움은 결국 전체 해외동포들의 설움이기도 합니다.
우선 적대적 분단체재 70여년은 북을 적으로 가르쳐 온 체재였습니다. 그래서 정치군사적으로 적일 수 밖에 없었던 북에 대해 분단체제는 결국 악마화(극복 대상으로 혐오와 폄훼의 대상)를 구조화했습니다. 한마디로 분단은 북을 구조적 무지와 체제적 왜곡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습니다. 북은 그냥 적이고 섬멸과 제압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왜곡과 오도로 수십년간 거짓 이미지로 축적된 것이 보편적인 우리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없다’는 이야기들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첫 출발은 북에 대한 온전하고 정확한 이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측 사회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회주의 정치/경제제도가 어떤 것인지, 고도의 공동체사회인 집단주의(전체주의와 전혀 다른) 원리가 어떻게 작동되고, 일상 속에서 북측 주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북을 직접 방문해서 북측 동포들을 만나보는 것이 최고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글로벌 인터넷 시대에 맞게 유튜브나 SNS에 북측 여행기나 북측 사람들이 올려둔 북측 소개 영상 자료들을 보면서 북에 대한 간접적 경험과 이해들을 제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북에 대한 이해는 결국, 북측 사회를 살아가는 북녘 동포들을 이해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북녘 동포들은 보편적으로 순수하고 맑고, 착하고, 헌신적입니다. 대부분의 북녘 동포들은 배려심과 이해심, 사람에 대한 정과 눈물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만나서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북측 사회가 작동되어지는 사회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한 이해, 그들의 윤리와 도덕, 생활적 가치규범들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참으로 굉장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책이나 논문들 보다는 직접 북측을 여행해 본 사람들의 여행기나 최근 인터넷 유튜브 등에 많이 소개되는 북측의 주민들이 제작해서 올리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경험해보면서 북에 대한 기본 이해들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입니다. 결국 알아야 보입니다. 북을 알아가는 과정은 놀라움과 감동, 눈물이 교차하는 시간들입니다. 북한학자로서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수년간 체류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수많은 북녘동포들을 체험적으로 만나면서 발견하게 된 진실은 ‘우리보다 더 평화와 통일을 진심으로 염원하는, 우리와 너무도 똑같은 한민족, 한동포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호주의 여러 동포들께도 제가 북측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그 감동스러운 시간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남윤혜 기자 nam@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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