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 실수하지 말아야 
“폭력적인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호주안보정보원(Australian Security and Intelligence Organisation: ASIO)의 테러방지 사례 중 약 30-40%를 차지한다. 2016년 이 비율이 10-15%였는데 지난 4년동안 급증했다.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22일 의회 정보 및 안보 청문회(Parliamentary Joint Committee on Intelligence and Security)에 출석한 헤더 쿡 (Heather Cook) ASIO 부원장(Deputy Director-General)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자극을 받았고 서로 온라인으로 연락하면서 록다운 반대 등 반정부 분위기를 조성하며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코로나 발원에 대한 분노심으로 인해 중국계로 보이는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성 공격이 발생할 위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SIO가 매우 세밀히 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우익 극단주의 단체들을 ‘호주 테러등록부’에 등재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쿡 부원장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Islamic State)가 전성기 시절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지원병들을 모집했다. 극우 극단주의 단체들도 이런 전략을 이용하면서 지지 세력 규합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처럼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증가하며 개인들의 온라인 시간 할애가 늘었다. 온라인 채팅 그룹 등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finding like-minded individuals)이 종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유유상종이라고 극단주의자들도 서로 호응하며 지지 세력을 모을 것이다. 
또 특정 시기에 특별한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여러 복합 요인들이 항상 존재한다. 코로나-19의 발원에 대한 의구심이 인종차별적 견해를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부분적으로 극단화 증가에 기여한 셈이다, 록다운과 다른 보건 안전조치(마스크 의무 착용 등)에 대한 세계적인 반정부 정서 표출로 극단주의 견해가 증폭되고 있다. 
  
극우 극단주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단계에서 폭력을 실행하기를 원하는 단계로 이전하려면 ‘상당한 도약(significant leap)이 요구된다는 점은 맞는 지적이다. ASIO는 현재 조사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테러 공격을 실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험분자들이 충동을 받는 경우, 만의 하나라도 테러리스트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지난해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선진국 중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인식된 뉴질랜드에서 그런 참혹한 인종주의적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주는 영어권 5개국 정보공유연대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 중 극우 극단주의자들(개인이나 그룹)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뉴질랜드는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기 테러범인 호주 시민권자 브렌튼 타란트를 지난달 이 명단에 등록시켰다. 타란트는 2019년 3월 15일 크라이스트 도심의 2개 이슬람 사원에 난입해 기도를 하던 무슬림 신자들 51명을 총기로 살인했고 최근 재판에서 가석방 금지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호주 야당(노동당)은 여러 해동안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리스트 명단 포함을 촉구해왔다. 크리스티나 키닐리 노동당 상원의원은 최근 다시 이 요구를 했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정부는 “ASIO가 문제로 지적된 그룹이 처벌(proscription)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항상 평가를 한다”면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ASIO는 “호주의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느슨한 연대로 서로 대화를 하거나 모의를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그룹으로 정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해외 정보 당국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지만 상황이 항상 다르다”는 이유로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리스트 등록에 반대하고 있다. 

뉴질랜드도 호주와 비슷한 이유로 등록을 하지 않았다가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 참사를 겪으며 생각을 바꾸었다. 호주 출신의 테러범 타란트가 극우 극단주의자였고 이른바 '외로운 늑대(lone wolf)'처럼 단독 테러를 감행하면서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테러 참사가 발생하자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위험성을 재평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됐다.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최근 소규모 단위로 더욱 조직화됐고 정교해졌다는 점을 ASIO도 인정한다. 또 이들은 무기를 다를 줄 아는 군출신이나 극단주의 표시를 하지 않았던 젊은층 회원들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안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사회 위험분자들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일 수 있다. 호주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되지 않도록 스콧 모리슨 정부에게 극우 극단주의자들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포함시키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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