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기면 미국 이전과 영원히 다른 나라될 것”
“바이든 당선되면 다자주의 회복 기대, 중국 견제는 계속”

미국 대선이 극도의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일(호주시간)까지 선거인단(264명 확보)에서 우세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승리에 임박했다는 축제 분위기인 반면 도널드 트럼프 진영은 우편 투표 개표에서 나타난 막판 뒤집기에 선거 부정이 있다며 개표 중단과 재검표 등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우편 투표 문제를 대법원까지 가져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호주도 동맹국인 미국의 대선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지의 스티븐 바르톨로메즈(Stephen Bartholomeusz) 수석 비즈니스 칼럼니스트는 미 대선   결과가 세계 정세에 끼칠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 편집자 주(註)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국제문제에 대한 거래 중심적 접근을 4년 더 보게 될까, 아니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리더로서 지난 70여 년간 해온 역할에 좀 더 가까운 예전의 미국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은 필연적으로 더 대담해진 도널드 트럼프를 보게 만들 것이다. 세계화와 국제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지나치게 관대한 미국이 부도덕하고 기만적인 동맹국가들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관점은 더 확고해질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HO),유네스코(UNESCO),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후변화 및 경제협력에 대한 국제기구로부터 계속 탈퇴할 것이고 무역전쟁과 중국과의 대립도 격화될 것이다.
트럼프는 초기 행정부를 구성하던 인재들을 대부분 해고하고 그 자리를 가족, 이념 사상가, 자신에게 동조하는 사람들로 채웠다. 그리고 미국 정부의 방대하고 전문적인 관료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파괴하고 정치화시켰다. 트럼프는 더 이상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고 그의 첫 임기동안 시작된 전후 질서의 균열은 아마도 복구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만약 조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와 다자주의에 있어 예전 미국이 취했던 입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트럼프 이전과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자신을 다자주의자, 세계주의자라 칭했으나, 트럼프 덕분에 미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는 이미 많이 변했으며 민주당 자체도 오바마 시절 이후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더 이상 미국에 이전과 같은 신뢰를 갖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들 국가들의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이 만들고 이끌었던 국제기구들을 탈퇴했다.

이들이 미국의 역량이나 미국 민주주의 제도의 힘에 대해 이전과 같은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그들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대한 미숙함을 보았고, 선거 제도의 약점과 왜곡 가능성, 그리고 미국 사회 안의 깊고 점화되기 쉬운 분열을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보건기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4억 달러(미화) 상당의 지원을 재개할 것이다. 백신 개발과 배포에 있어 국제 공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며 미국 상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WHO를 무력화했지만 바이든은 이 기구의 현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NATO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바이든은 이를 재논의할 것이다. 트럼프가 포기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바이든은 재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또한 바이든은 트럼프가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을 모색하거나 그와 유사한 무언가를 행할 것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더 정교하고 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집권 초기에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 또한)을 순전히 무역의 측면에서, 미국의 무역 적자라는 관점으로 바라봤다. 그는 무역적자를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한 결과로 여긴다. 미국의 저축, 생활수준, 미국 달러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역할 등 좀 더 복잡한 역학 관계 분석을 포기한 것이다.

당시 미 행정부에 있는 ‘매파’들은 경제적이고 지정학적인 패권을 위해 갈등을 확전시킬 무역전쟁을 시작할 기회를 찾고 있었고 중국이 그 타깃이 됐다.
트럼프의 무역전쟁들은 조잡하고,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도 컸다. 게다가 효과도 없었다.

대중 무역 적자는 줄었지만,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적자는 증가했다. 중국 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등 비용이 낮은 지역으로 생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대중 강경론자들이 추진한 비무역 제재는 기회주의적이고, 일관된 철학이나 체계가 결여돼 있었다.

바이든은 중국에 대한 관세와 제재를 철회하지 않을 듯하다. 민주당도 보호주의를 선호하며, 공화당처럼 중국의 야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외교적 노력과 미국의 경제적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동시에 해 나갈 수 있다.
바이든은 또한 더 기꺼이, 할 수 있는 만큼 더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이러한 입장을 함께 취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호주를 포함한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 다수는 중국의 무역 관행, 지정학적 야망, 그리고 갈수록 공격적이고 억압적인 중국 지도층의 본성에 대해 동일하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이 일을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더 ‘정상적’이고 유능할 것이다. 과학과 전문 지식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며, 국내외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더 폭넓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도 세력과 당과 의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진보 세력 간의 갈등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팬데믹 경제, 사회분열, 긴장, 불평등 등 가장 시급한 과제를 직면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긴다면 미국은 이전과 영원히 다른 국가가 될 것이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가져왔던 관계 파탄은 지속되거나 심지어 영구적일 것이다.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도 지난 4년간 생긴 상처와 국내외에 뿌려진 분열들과 불신 일부는 남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정책들은 덜 변덕스러워지고 덜 공격적이 될 수 있다. 정책 의사결정은 더 사려 깊고, 합의적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의 불신이 경감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세계질서의 확고한 리더이자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을 주도하는 주창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은 이전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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