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같은 인권탄압 피해자 없어야”
트로츠키스트 플랫폼, 호주-북한 우호협회 등  
교도소 면회, 변호사 선정, ‘석방촉구’ 시위 주도 
인권유린 국내외 부각.. 재판부 가석방 허용 유도 
“동포 지원 있으면 희망을 갖고 재판 임할 것” 

북한 지원 관련 유엔 대북제재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호주 동포 최창환(62, Chan Han Choi)씨가 지난 11월 12일 거의 3년 만에 가석방돼 시드니 서부의 한 지지자 집에 체류하고 있다. 그는 가석방 됐지만 하루 2회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신고를 해야 하고 야간 통행금지 등 사실상 가택연금(house arrest) 상태다.   

최씨의 재판 없는 3년 구금(시드니 롱베이교도소)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인권유린이란 거센 비난이 제기돼 왔다. 

한호일보는 인권 문제와 동포 관련 사안이라는 시각에서 2016년 12월 최씨의 체포, 기소부터 2019년 11월 가석방까지 동향을 계속 보도해 왔다. 17일(화) 최씨의 거주지를 방문해 언론사 중 최초로 단독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 중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있지만 현재의 24개 가석방 조건과 내년 2월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부분 보도’로 제한한다는 점을 밝힌다. - 편집자 주(註)
      

한호일보는 가석방된 최씨와 11월 17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 거의 3년만에 가석방이 허용됐다. 가택연금 상태인데 몸 상태는 좀 어떤가? 당뇨가 심했다고 들었는데..

“이제 가석방된지 12일 지나면서 건강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당뇨는 인슐린 주사와 약을 복용하고 있다. 감옥에서 약 8개월 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을 때 크게 고생했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고 용변이 어려웠고 고혈압 등 당뇨와 연관된 후유증이 많았다. 이유 없이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8개월 만에 간호사를 만났고 황급하게 치료를 받았다.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입원을 시키면서 치료를 받았다.“ 

최씨의 가석방에는 그를 지지하는 공산주의자 단체 중 하나인 트로츠키스트 플랫폼(Trotskyist Platform)과 호주-북한(DP RK) 우호협회 등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최씨를 호주의 ‘사회주의자 정치범(Socialist political prisoner)’으로 규정한 이들은 매년 최씨 석방촉구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최씨의 재판 없는 3년 투옥을 정치적 인권탄압이라고 비난하며 국내외에서 동조를 이끌어냈다. 
결국 재판부(NSW 고법)가 세 번의 가석방 심리에서 엄격한 조건부 보석을 허용한 배경에는 ‘인권탄압 비난 여론’이 한 몫 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 지지자들도 한호일보가 언론사 중 거의 유일하게 인권문제 차원에서 최씨 이슈를 계속 보도해왔다는 점을 알고 그의 근황과 인터뷰에 협조했다. 

트로츠키스트 플랫폼 등 최씨 지지자들이 매년 석방 촉구 시위를 전개했다

▲ 3년 투옥 기간 중 가족과 연락, 면회 등도 제한을 받은 것으로 안다. 육체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변호사와 통역사 접근 금지, 가족을 포함한 모든 전화 금지, 방문자와 지지자들 면회 승인 지연 및 거부 등 다양하게 인권탄압을 당했다. 나를 국가안보 관련 사범이라고 규정하고 교도소에서 6개월마다 감방을 바꾸어야 했다. 

또 나와 변호사의 대화를 경찰이 도청했는데 이유를 따져 묻자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을 할까봐 감시를 하려고 도청했다’는 궁색한 핑계를 댔다.

감옥 안에서 또 사법 집행에서 심각한 인종차별과 법차별을 당했다. 아마 내가 아시안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같은 차별을 받은 것 같다. 이런 차별을 받으며 호주에는 감옥에서조차 통용되는 2가지 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백인들에게 적용되는 ‘화이트 칼러법’과 ‘블랙 칼러법’이다.

그동안 2번의 보석 신청 거절, 북한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수감 자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차별(discrimination)이며 호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부당 압력)이다.“

최씨는 “감옥에서 동료들(inmates)로부터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내가 북한을 도왔다는 이유 때문에 부당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교도소에서 재소자가 그려준 최씨 얼굴

▲ 가족 관계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 시드니에 있는 가족은 잘 지내는가?  

“교도소에서 유일하게 아내와 대화(통화)는 승인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것도 영어로만 대화를 하라고 교도소 정보관들이 나를 압박했다. 이들은 만약 이에 불응하면 ‘궐번 슈퍼 맥스 교도소’로 보낼 것이라고 협박했다. 아들과 며느리의 전화 신청도 거부당했다.“

최씨는 3년 수감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외아들(37세)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항간에 이혼했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그는 확인했다. 아내와 아들은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데 가석방 이후 아직 만나지 못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가 체포되자 아내는 화가 나서 아들 집으로 가버렸다, 아들과 며느리는 나 때문에 좋았던 직장까지  잃었다. 내가 체포된 뒤 아들은 직장(미국계 네트워크회사)에서 해고당했다. 회사측은 해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과거 한국의 악습인 ‘연좌제’가 호주에서도 버젓이 적용된 것이다. 아들은 현재 전기기사로 일한다, 아비 때문에 미국계 네트워크 전문회사에서 해고된 후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갖지 못해 너무 미안한 심정이다. 통화를 하면서 아들이 ‘기술은 빼앗아가지 못하지 않나? 그래서 전기 기사가 됐다’라는 말을 내게 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북한 도움은 인정하지만 
7개 기소 혐의 모두 부인한다”
북한 시골 주민들 목격 후 대성통곡
돕자는 인도주의적 결심 

 
▲ 가석방 심리 때 검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먹이며 반대를 했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이 있나?
 
검사가 가석방을 반대한 이유(중국이나 러시안 스파이들이 최씨를 해외로 빼돌릴 것이기 때문에)를 설명하자 최씨는 크게 웃으며 “저를 너무 띄어준 것 같아 죄송스럽다. 완전 3류 소설이다. 난 억울해서 도망갈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8가지 혐의로 최씨를 기소했다가 러시아산 석탄을 베트남으로 수출하려는 것과 관련된 혐의는 북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자 취하했다. 7개 혐의와 관련해 최씨는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을 도왔다는 것 하나는 인정할 것이다. 그 외는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북한을 왜 도우려했나?”라는 질문에 최씨는 “2007년경 북한 사리원 방문 당시 시골 주민들의 어려움을 목격한 뒤 호텔로 돌아와 대성통곡을 한 적이 있다. 북한에 대한 다양한 압박, 경제 제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간접 살인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은 죄가 없다. 인간의 정으로 이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고 그래서 북한을 도우려고 시도한 것이다.”
 
지지자들 보석 보증금(7만불), 재판비 모금
“지금 갚은 길 없지만 늘 감사한 마음 가져” 

▲ 내년 2월 재판에 대비한 변호사 준비는 어떤가?
 
“아마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법정변호사(barrister)를 선임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를 만나서 상의할 예정이다. 재판 비용은 지지자들이 모금한 2만 달러를 변호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나의 지지자들이 보석 보증금(bail surety) 7만 달러도 부담했다. 이 모금 운동에는 호주는 물론 한국, 해외(그리스 등)에서도 동참했다고 들었다. 적지 않은 돈이다. 지금은 갚을 길이 없지만 늘 마음의 빚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관심 당부

▲ 호주 동포들의 도움을 받기를 원하나?. 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만약 동포들이 제게 어떤 형태든 도움을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관련이라는 점 때문에 거부 반응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래서 서운한 감정도 없다. 도움을 준다면 희망을 갖고 재판에 임할 것이다. 

나에 대한 무리한 기소와 재판 없는 3년 투옥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마치 ‘이어령비어령’ 형태로 법규가 적용됐다. 앞으로는 내가 당한 것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인권탄압이 없기를 바란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제와 경제 제제에 대해서도 동포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같은 동포들이 사는 북한에 등을 돌리지 않기를 바라며 북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최씨는 2020년 8월 NSW 고법에 보낸 편지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기위해 가석방 심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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