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은 지역사회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서를 반영한다. 유럽 식민지의 시작인 반면 원주민들에게는 여러 세대에 걸쳐 슬픔과 차별, 고통을 안겨준 폭력, 권한 박탈(disempowerment), 추방(displacement. 퇴출)의 시작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1분 묵념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 제스추어는 원주민들이 치른 고통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치유(healing)를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무소속인 잘리 스테갈(Zali Steggall) 연방 하원의원이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에 원주민들의 핍박을  인정하고 위로하는 취지로 ‘1분 묵념(a minute of silence)’을 하자고 제안했다. 새해 호주 정치권에서 나온 신선한 제안이다. 그는 호주지자체협의회와 지역구인 와링가의 시장들(노스 시드니, 모스만, 노던비치카운슬)에게 이같은 요청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1788년 시드니만인 포트 잭슨(Port Jackson)에 영국을 출발한 첫 함대(the First Fleet of British ships)가 정박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영국-유럽계 백인들의 시각에서는 건국절 의미가 담긴 경축일인 셈이다. 

반면 원주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수탈을 당하기 시작한 치욕의 상징이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경축에 반대하는 원주민들은 1월 26일이 아닌 다른 날로 바꿀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런 배경에서 매년 주요 도시에서 원주민들이 ‘연례 침략일 항의 행진(Annual  Invasion Day March)’을 하고 있다. 
 
이날이 경축일인가 아니면 침략일일까라는 해묵은 논쟁은 결국 호주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결론을 내야 한다. 
케빈 러드 전 총리(노동당)가 2007년 집권 직후 호주 정부 차원에서 원주민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s)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다. 이처럼 정부가 의지를 갖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보수 성향인 자유-국민 연립정부는 수십년동안 이 이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 헌법상 원주민을 인정하는 문제도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원주민 관련 문제 해결에서 호주는 뉴질랜드와 캐나다에 비교하면 너무 뒤쳐져 있다. 정부가 앞장서 진정한 문제 해결의 자세를 보여야 치유와 화해,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

지난 주 호주, 미국, 영국, 캐나다 4개국 외교장관들은 중국의 홍콩민주화 요구 탄압과 관련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의 억지와 일방주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이런 규탄 행위는 박수 받을 일이다. 인권차원에서 민주화 요구는 당연하다.

그러면 호주 사회 그늘진 곳인 원주민 커뮤니티로 이제 시야를 돌려야 한다. 정면으로 그들의 문제를 직시하며 단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호주 헌법상 원주민 인정과 더불어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데이 경축 이슈도 이런 문제들 중 하나다. 

정치인들이 헌법에 이 땅의 첫 주인인 원주민 정착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면 연방의원 선거에서 낙선할까 두려운가? 그런 용기가 없으면 정치 지도자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며 민심 뒤에 숨어서는 사회 변화와 개선을 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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