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지배욕 표출 대상’으로 간주

남성의 여성 폄하 관습 ‘오래된 사회적 적폐’
“여성 고위직/간부 많아지며 남성 중심 타파해야” 
“테임, 히긴스처럼 피해자들 목소리 높여야 호주사회 변화 가능”

의사당 성폭행을 폭로해 호주 정치권에서 #미투 운동은 재촉발시킨 브리타니 히긴스 전 자유당 장관 비서(왼쪽)와 3월 14-15일 전국적인 ‘정의를 위한 행진’을 주도한 제나인 헨드리 교수가 15일 캔버라 의사당 앞 시위에서 연설을 했다

최근 전직 국방장관 비서였던 브리타니 히긴스(26)의 성폭행 폭로에서 시작된 정치계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도구로 삼는 남성들의 심리적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이나 권력적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계층과 산업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공격성이 유독 성적으로 표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NSW 뉴캐슬대학의 잰시 말렛 범죄학자는 남자들의 성적 공격성을 “권력과 통제를 갈망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선천적인 내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성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 같은 감정 결핍에 대한 분노 표출 대상이 주로 여성이라는 해석이다.

호주에서 다시 거세지고 있는 #미투운동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한’ 남성일수록 여성을 성적 대상화(sexual objectification)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자신보다 높은 권력을 지닌 직장 상사가 여성일 경우, 억눌린 지배욕과 정복욕을 충족하기 위해 상대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이때 이들에게 여성은 인격체가 아니라 욕구를 쏟아내는 대상(object)일 뿐이다.

이 같은 지배욕이 신체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강도(strength)에 따라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으로 나타난다. 남성들의 여성 폄하 사상은 우리 주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2017년엔 여성들이 SNS를 통해 과거의 성폭력/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18년 미국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여성 81%, 남성 43%가 어떤 형태로든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호주인권위원회(AHRC)의 보고서에서는 여성의 23%가 지난 12개월 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적 대상물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들고 정의를 위한 행진 참석한 여성

그렇다면 남자들의 여성 비하 심리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남성의 성 지배욕은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사회학습이론이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해 개인의 행동 개념을 정립한다는 교육심리학 이론이다. 이러한 행동학습이 인지발달이론(cognitive development theory)과 결합해 개인의 궁극적 성 정체성으로 발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말렛 교수는 해법은 하나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성 고정관념을 깨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의 지배욕을 줄이기 위해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더 많은 여성이 관리자(managers/supervisors) 지위로 올라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퍼스 CBD에서 열린 시위에 수천명이 참석해 호주 사회 전반의 성차별 문화 철폐를 촉구했다

간부직/고위직의 일부를 여성이나 취약계층(장애인, 원주민 등)에 할당하는 방식(quotas)도 거론되며 일부에서는 채택되고 있다. 

말렛 교수는 “과거 자신의 아픈 기억을 용기있게 꺼내놓은 여성들로 하여금 다른 여성들이 큰 힘을 받고 있다. 브리타니 히긴스 폭로가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 경험 여성들이 계속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를 지켜주고 주변 사람들의 태도 변화를 독려하면 분명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올해의 호주인’ 그레이스 테임이 시드니 시위에서 연설을 했다. 테임은 여고생 시절 40대 남자 교사의 ‘그루밍 성폭행’을 폭로하면서 피해자들의 폭로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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