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지면을 통해 올해부터 바뀐 셀렉티브 시험 결과에 대한 이해와 셀렉티브 학교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런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여러 동포 가정의 집안 분위기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우리 12세 자녀들의 셀렉티브 학교입학이란 도대체 아이들의 성장에서  얼마나 중요하며 여러가지 여론이 있는지 한번 여러 각도에서 짚어 보고 싶다.

먼저 따끔한 부정적 여론의 대부분은 어떤지를 살펴보기 전에 현재 셀렉티브 스쿨 상황에 대한 팩트만 짚어 보자. 호주 전역의 셀렉티브 스쿨을  동양계 학생이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것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부모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2016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시드니 인구 중 중국계가 10% 남짓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러 다른 지역 동양인을 다 합쳐도 진짜 시드니 사회의 동양인은 20% 정도 안팎의 인종 분포일 것 같은데 인구 분포와 학교 인종 구성이 너무 큰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원래 셀렉티브 스쿨 제도의 취지는 영재를 발굴하여 사립학교를 갈 수 없는 가정의 영재들을 모아 재력에 상관없이 영재 교육을 시키자는 ‘개천에서도 용내어보자’ 는 취지였는데, 학원가가 생기면서 결국 재력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학원에서 시험문제 유형분석과 풀이 방법에 대한 코칭과 매주 연습을 통해 고득점을 취하고, 정말 셀렉티브 시험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기회가 안 갈 수도 있어서 형평성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한 호주인 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실 어떤 호주인 가정들은 셀렉티브 학교를 꺼리기도 한다. 왜냐면 백인 아이들이 소수이므로, 역 인종차별을 당할 우려와, 아이들 문화 자체가 대다수 이민자인 동양인 문화에 너무 둘러싸여 있어 백인 학생 자아 형성에도 혹시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져서 특목고가 한국인이 아닌 동양인 이민자 80%로 형성되었다면 우리도 쿨하게 특목고에 관심을 꺼버리고 지역별로 공립학교에 보내고 열심히 자기관리를 하게 하며 자녀 교육을 시켰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왜 우리는 쿨하지 못하게 여기에 매달릴까?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 같은데, 먼저 우리가 제일 익숙한 우리 문화이다. 자식 양육에 성공한 부모의 척도 중에 먼저 자식 명문대 입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도 과언이 아닌 사회에서 살다온 우리 이민자 가정의 후손들이기 때문에 아마 이런 현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일단 내 아이 능력치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최대 의무이므로 시쳇말로  땡빚을 내서라도 학원보내고 셀렉티브 스쿨을 보내려고 한다.

이런 비슷한 현상은 2011년 중국인계 미국 법학 교수이자 두 딸의 어머니인 에이미 추아 (Amy Chua) 가 쓴  ‘호랑이 엄마의 호전가"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책을 보면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에 동양인 교육방식의 엄격함과 우월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지나친 양육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이 겪은 일들을 풍자하고 있어서 이민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일 수 있다. 책의 결론은 호랑이 양육법은 부모 아이 모두 힘들고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동양의 상징적 동물인 호랑이를 비유한 ‘Tiger Mother’라는 표현은 그 후 이러한 가정생활을 다루는 싱가포르 드라마와 홍콩 드라마에서도 쓰이게 되었다.

호주에도 교육학계에 이러한 동양인 교육문화가 자녀들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교수들이 있다. UTS 대학의 크리스티나 호 (Christina Ho) 교수인데, 필자는 매년 채워야 하는 교사 교육 프로그램 중 호 교수의 강의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호 교수는 당시 대다수 호주인인 교사 2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동양인 학생들과 극성 학부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이해시키기 강의를 했고 이에 대한 책도 소개했다. 
호 교수가 말하는 주요 내용은, 동양인 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부정적으로 보기 이전에 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좀 더 거시적으로 이 사회와 교육 시스템을 보고 이해를 하기를 권장했다. 먼저 요즘의 학부모인 동양인 이민자들은 본국에서도 교육을 받은 기술 이민자들이 많으며, 더 좋은 기회를 향하여 나라를 떠나온 사람들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 이민 사회에서도 종종 듣는 다들 한국에서는 ‘한가닥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처음 정착해보니 번번한 직장을 구하기가 언어의 한계로 힘들다 보니, 자식만큼은 교육을 제대로 해 호주 주류 사회로 꼭 진출시키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다.

학원가에 대한 반론은 이렇다. 왜 축구, 럭비, 바이올린 코칭은 다들 하면서 공부 코칭은 개인적으로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가? 왜 음악 그레이드 시험에 대해 준비하며 도움받는 것은 괜찮으며, 셀렉티브 시험에 대한 준비는 도움을 받으면 반칙처럼 바라보는가? 이것이 동양인 부모의 잘못인가? 시험 제도의 잘못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일침을 놓는다.

이러한 여러 의견들이 있는 가운데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보태자면 이러하다. 필자의 학교에는 셀렉티브 반도 있지만, 지역에서 들어온 학생들도 있으며 이러한 학생들을 모아 자체적 시험을 쳐서 영재반을 하나 만든다. 당연히 영재반의 인종분포는 굉장히 다문화적이다. 그리고 이런 두 종류의 반을 십 년간 가르쳐 보며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극히 일반화일 수도 있고 개인적 경험이지만, 많은 선생님들도 동의하는 부분은, 셀렉티브 반은 수업 중 질문을 하면 반응이 비교적 조용한 편이고, 학교 자체적으로 만든 영재반은 휠씬 더 생각과 표현이 자유로우며 가르치는 재미가 더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것일까? 어쩌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시험연습을 통해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함에 혹시나 너무 조심스러워진 건 아닐까? 어른이 된 우리는 삶의 방법과 행복을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워온 것 같은데, 아이들 자아가 건강하게 생기기전부터 시작하는 셀렉티브 시험준비를 통해 실수에 겁을내고 모험과 도전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본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