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이후 죽은 도시 같은 느낌”
체감온도 영하권인 겨울 날씨 
호주 이민을 생각할 때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황금빛 해변, 아웃백(outback)의 붉은색 땅, 캥거루와 코알라, 쿼카 같은 야생동물, 넓은 목장과 소 떼, 호주 원주민(애보리진), 호주식 풋볼리그(AFL)과 럭비 경기, 세계 자연유산인 퀸즐랜드의 대보초(Great Barrier Reef) 등이 가장 먼저 연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민자들이 호주에 와서 살면서 경험하는 실제 이민 생활에서는 크기가 큰 곤충들과 집안을 들락거리는 파충류 등을 비롯해 섬머타임(일광시간 절약제) 등 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최근 ABC 방송은 호주에 정착을 한 6명의 이민자들에게 호주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고 특별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했다. 

‘발표 기회’ 강조하는 교육시스템

말레이시아 출신 카르티니 모드 무스타파(Kartini Mohd Mustafa)

말레이시아 출신인 카르티니 모드 무스타파(Kartini Mohd Mustafa)는 교육시스템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답변했다. 
“말레이시아에 비해 학생들이 훨씬 더 학교에서부터 리더십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다. 전체 학급 앞에서 장난감 혹은 사진에 대해서 발표 준비를 하라는 숙제가 가장 놀라웠다.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리더십을 갖기 위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홍콩 출신인 로날드 리(Ronald Lee)에게도 출신국과 상당히 다른 호주의 교육 시스템이 놀라웠다. 2008년 퀸즐랜드로 이주한 그는 수업시간에 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대해 색다르게 느꼈다. 

“한번은 아들이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문제 풀이 도중 실수를 한 것을 발견하고 이야기했고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홍콩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경우, 교사는 아이의 태도에 문제를 삼고 학부모를 학교에 오도록 했을 것이다. 
또한 홍콩에서 스포츠 수업은 특정한 종목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방법(엘리트 위주)인 반면 호주는 모든 학생이 스포츠를 하도록 격려하는 부분(사회 생활체육)이 좋은 것 같다. 
홍콩에서 스포츠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서 합격해야 참여할 수 있다” 

호주는 지난 7월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호주는 금메달 1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22개의 성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영국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생활 체육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은 호주는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상 종목(수영, 조정, 카누 등), 사이클링, 하키, 농구, 비치 발리볼 등이 강세다. 

상가의 영업 시간
20여년 전 ‘작은 애들레이드공항’ 보고 충격 

2015년 미국에서 멜번으로 이주한 크리스티아나 쉐펠(Kristianna Scheffel)

미국과 호주는 영어권 국가로 문화적 부분에서 상당히 유사하지만 크리스티아나 쉐펠(Kristianna Scheffel)은 2015년 멜번으로 이주한 후 몇가지 큰 차이점에 놀랐다. 

“미국에서와 같이 일상적으로 오전 5시쯤 일어나 밖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으려고 나섰지만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문이 닫혀있었다. 오후 5시부터는 도시가 마치 죽은 것만 같았다. 

사실 그녀가 더 충격적이었던 1988년 애들레이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애들레이드는 그래도 남호주의 주도인데 마치 간이 장소같은 작은 이곳이 공항의 전부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스스로 의심스러워서 몇 번을 둘러봤다. 너무 작은 공항에 정말 놀랐다. 또 호주에서 일광시간 절약제(섬머타임)의 개념 역시 낯설었다. 수동으로 시계를 1시간 앞으로 돌렸다가 몇 달 후 뒤로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의외로 추운’ 호주 겨울 날씨
단열제, 2중창 없어 냉기 가득   

관광책자에서의 호주는 눈부신 태양과 거의 1년 내내 바다에서 서핑을 하기에 좋은 나라라고 소개되어 있다. 일부 지역의 잿빛과 같은 습하고 칼날 같은 바람으로 고통스러운 겨울 날씨에 대해서는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특히 멜번의 겨울철은 대부분 상대적으로는 온도가 영상권이지만 체감 기온은 영하권이다. 호주 주택에는 2중 창문이 거의 없는 점 때문에 겨울철 냉기가 집 안으로 들어와 더욱 춥게 느껴진다.   

평균 기온이 21도에서 32도 사이인 말레이시아에서 자란 무스타에게 호주의 겨울은 악몽같이 느껴졌다. 

멜번의 교외에서 거주하는 쉐펠도 추위를 견디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주택시설에 놀랐다. 추위로부터 보호할 단열재가 충분치 않게 설치되어 있어 집 안이 더 춥게 느껴졌다. 2중창은 호주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여 오포리 만테(Yaw Ofori Mante)도 “호주 날씨에 대한 첫 인상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호주 공항의 활주로에 내렸을 때 마치 냉방 에어컨이 설치된 방에 있다고 생각됐을 정도였다. 

“곤충에게 익숙해져야” 

다수의 이민자들은 호주의 곤충과 야생동물로 인해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쉐펠은 집에 거미가 항상 있는 것같은 느낌으로 지낸다. 처음엔 너무 놀랐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하지만 창문을 뚫으려 하는 주머니쥐들은 여전히 익숙해지기 어렵다. 

홍콩에서 이민 온 리(Ronald Lee)

홍콩에서 이민 온 리 역시 집앞 정원에 식물을 심었지만 주머니쥐가 다 뜯어먹어버렸다. 거미줄은 여기저기 어지럽혀 있어서 정원을 거닐때면 거미줄과 거미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같은 여러 문화적 차이와 충격도 있지만 이구동성으로 이들은 호주에 이민을 온 것에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리는 홍콩의 빡빡한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고 호주에서의 삶으로 그는 꿈을 이뤘다. 

만테는 자녀들에게 더 넓고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무스타파는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하고 호주에 왔지만 실제 경험과 글로 읽은 것은 차이가 컸다. 아마 누구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금방 익숙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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