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의 4가지 유형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와 “뭐라도 해야지”라는 두 마디의 대사는 최근에 나온 병영 부조리를 담은 드라마 시리즈 <D.P.>를 본 필자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 드라마의 큰 인기와 동시에 드라마를 본 한국의 많은 군필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느낀다고 할 만큼 이슈화됐다. 필자는 중학교 때 조기유학을 왔기에 군 미필이라 피부로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TV를 보면서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와 자녀 교육에 대입하여 공통점이 있어 생각해 보았다.

이 드라마가 해주고픈 이야기는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로는 드라마 배경이 2014년인 것으로 봐서, 당시 의무병 구타 살인사건과 총기 난사 사건으로 병영 부조리가 사회적 문제로 집중을 받던 해이므로, 당시의 사건들과 군 내부 상태를 적나라하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명대사로 볼 수 있는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와 “뭐라도 해야지” 는 병영 부조리 방관자들에게 일침을 놓고, 군 복무 중 크게 남을 괴롭히지 않았어도 드라마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게 할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군부대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까지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과 불의를 방관해본 경험을 가진 모두의 양심도 건드리는 것 같다.

필자가 아시아인으로서 호주에서 중고교에 다녔고 현직 교사로서 호주 교육 환경 중 가장 크게 바뀐 변화로 볼 수 있는 점 중 하나가 바로 학교 내의 ‘Bullying(왕따 행위)’에 대한 교육과 관심도이다. ‘Bullying’ 의 직역은 ‘괴롭힌다’ 이지만 ‘지속해서 괴롭힌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어로 ‘왕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호주는 예전의 한국같이 집단 조직적 ‘왕따’ 또는 ‘학교 폭력’이 심각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민족이 어울려 사는 사회이기에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으려 큰 노력과 연구가 있었다.

학교에서 이에 대한 교육을 받더라도 집에 가서 자녀들이 자세히 부모에게 설명해주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기에 조금 자세하게 우리 자녀들이 학교에서 이에 대해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분명히 초등학교에서도 어느 정도의 교육을 할 것이지만, 하이스쿨에 들어서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다시 한번 자녀들에게 상기시켜줘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따로 시간을 내어 저학년생(7~9학년)에게 ‘Anti-bullying’(왕따 방지 교육)을 필수로 시킨다.

이에 대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고, 가끔 자녀들과의 대화 중 내 아이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녀의 학교에는 친구들 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는 아마도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바람이다. 요즘은 Bullying도 온라인으로 하는 사어버 불링(cyber-bullying)이 많다. 인터넷 안전과 사이버 불링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학교의 왕따 방지 교육 시간에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왕따 방지 교육의 첫 단계는 먼저 ‘Bullying’ 의 정의를 내리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로 일어날 수 있는지와 ‘일시적’ 괴롭힘인 ‘Harassment’ 와 ‘지속적 괴롭힘’인 ‘Bullying’을 구분하면서 지속적 괴롭힘의 부당함과 그 악성에 대해 배운다. 사실 사춘기 자녀들이 모여 누구 한 명이 자신들과 조금 다르다고 서로 놀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특별히 한 명을 찍어서 지속해서 하는 행동에 대한 심각성을 가르친다. 그리고 호주가 다문화사회라는 점에서 서로의 다른 점인 ‘Diversity(다양성)’에 대해서도 가르치게 된다.

다음으로 가르치는 것은 왕따시키기 성립에 필요 요소들과 이해이다.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을 것이고, 그들을 지켜보는 방관자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먼저 왜 가해자가 왕따를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심리적인 이해를 시킨다. 가해자는 본인의 자아와 자존감이 건강하지 않고 실제 내면성 약자 또는 병자이므로, 겉으로 약해 보이는 누군가를 공격하고 작게 만듦으로써 본인의 낮은 자존감을 높여보려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는 방관자들(Bystanders)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그들의 영향력에 대해 정확히 가르친다. 사실 필자도 이에 대해서는 교사가 되고 난 후에 교육받고 알게 됐다.
방관자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1, 2, 3번은 다 가해자나 다름이 없다고 가르치며 모두가 4번 ‘Upstander’ 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관자의 네 가지 유형:

1. Reinforcer (왕따 광경을 보고 옆에서 웃거나 응원을 해서 부추기는 자)
2. Assistant (왕따시키기가 이루어질 수 있게 간접적으로 돕는 자. 예를 들어 피해자가 도망가는 경로를 막아서거나, 가해자를 가려주는 행위를 하는 자)
3. Outsider (조용히 지켜만 보는 자.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것은 가해자에게 묵언의 동의를 표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4. Defender/Upstander (용기 내어 능동적으로 피해자를 돕거나 상황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할 수 있어야 왕따 문화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덧붙여, 만약 본인이 피해자일 경우 교사나 다른 어른 누구에게 꼭 알리라고 당부를 한다. 교사들은 만약 이에 대해 학생이 귀띔을 해주거나 목격을 하고도 이에 대해 가해자와 목격자를 불러 진상 파악과 조치를 하지 않으면 큰 직무유기가 될 수가 있어 교사들도 따로 계속 정기적으로 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여러 희생자의 노력과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병영 부조리가 조금씩 고쳐나가듯, 우리 자녀들도 학교나 사회의 부당한 상황을 ‘보고만’ 있지 말고, ‘뭐라도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시민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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