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넷제로 계획 중심은 테크놀로지투자와 국제 협력” 
경제계 “모리슨 정부, 11월 기후변화총회 전 목표 선언해야” 압박  

“넷제로가 배출 제로는 아니다(net zero is not zero emissions). 호주는 주요 산업을 보호하고 낮은 전기세를 보장하기위해 반드시 재생에너지와 전력 에너지공급을 적절하게 혼합해야 한다. 연방 정부는 넷제로 배출(net zero emissions) 행진에서 고배출산업의 경쟁력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호주 지방을 지탱하는 (광물자원) 수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2일 독립 정책논의 기구인 호주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 CEDA) 초청 연설에서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연방 에너지 및 배출감축 장관(Energy and Emissions Reduction Minister)은 스콧 모리슨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이처럼 요약했다.

11월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시작하는 유엔기후변화총회(COP26)를 앞두고 모리슨 정부는 연립 여당의 새로운 감축 정책을 확정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대체로 자유당은 일부 반대가 있지만 2059 넷제로 채택을 수용하는 입장인 반면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은 찬반으로 당론이 분열돼 있다. 국민당 대표인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가 당론 규합에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기후총회가 불과 2주 남은 시점에 연립 여당이 분열상을 보이면서 모리슨 총리의 참석 여부도 여전히 미정 상태다.

테일러 장관은 “가스 수입 의존도 높은 영국에서 가스 공급이 큰 제약을 받았고 바람이 오랫 동안 불지 않아 풍력 발전을 못해 에너지 위기에 봉착했다. 가정의 전기요금도 12%나 올랐다. 지난 연초 미국 텍사스주가 에너지대란으로 큰 곤경을 겪어야 했다”고 최근 영미의 에너지 공급 실패 사례를 거론하고 “정책 결정자들이 신빙성(reliability, 확실성)과 감당 가능성(affordability)을 당연시할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우리가 목격했다. 호주(남호주)에서도 비슷한 경종이 울린 바 있다”고 경고했다.

앵거스 테일러 연방 에너지 겸 배출 감축장관이 12일 CEDA 초청 연설에서 호주의 기후변화 대책을 설명했다

호주에너지시장운영공사(Australian Energy Market Operator)는 “2040년까지 호주는 1만9천 MW(메가와트)의 안정적인 전력 수요(on-demand reliable power)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테일러 장관은 “호주는 장기간 농업, 중공업, 자원 등 전통적 산업을 통해 막대한 번영을 누렸다. 이런 산업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호주의 최대 경제적 강점의 일부를 파괴하는 것을 피하기위해 호주는 반드시 실질적인 넷제로 계획을 채택해야 한다. 합리적인 넷제로 방향을 가진 합리적인 넷제로 목표(sensible net zero goal with a sensible net zero pathway)가 호주의 자원산업, 중공업, 농업을 위한 미래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의응답(Q&A)에서 그는 “연립 정부는 과거 여러번 선거에서 거부된 탄소세(carbon tax)를 검토한 적이 결코 없다. 호주엔 나쁜 행동 또는 나쁜 산업(탄소배출 기업)에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망상, obsession)이 있다. 우리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좋아 한다. 왜냐하면 채찍은 중산층 호주인들이 부담해해야하기 때문”이라면서 탄소세 도입에 반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탄소세는 전기세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탄소세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최대 관건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테일러 장관은 2주 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 북반구와 인도태평양 국가 지도자들에게 수소와 암모니아 수출국으로 호주 잠재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호주 산업, 특히 가정과 중소기업의 부담 가중을 원하지 않는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경제, 생산성, 배출 감축을 추진할 것이다.  
호주 정부는 테크놀로지투자로드맵(Technology Investment Roadmap)과 국제 협력을 2050년 넷제로 계획의 중심에 놓을 것이다. 2030년까지 클린 수소(clean hydrogen),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토양 탄소(soil carbon), 장기 저장 기술, 생물연료(biofuels) 등 저배출 테크놀로지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며 최소 800억 달러의 총투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에서 재계 리더들은 2050년 넷제로 배출 일환으로 호주 정부에게 보다 야심찬 2030년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주문했다. 호주 대기업을 대변하는 주요 경제단체인 호주경제인연합(Business Council of Australia: BCA)은 가정용 에너지 비용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출을 반드시 상쇄해야하는 배출 기업 숫자의 확대를 요구했다. 팀 리드(Tim Reed)   BCA 회장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야기되는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며 테일러 장관의 테크놀로지 의존 주장을 반박했다.

2030년까지 배출을 2005년 수준보다 26-28%를 줄이는 것이 호주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다. 이 목표는 미국과 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리드 BCA 회장은 "회원사들과 심도 있는 논의 후,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인 2030년의 46-50% 감축을 모리슨 정부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남호주가 1950년대 거의 원자력발전소를 신설할 뻔했다. 토마스 플레이포드(Thomas Playford) 당시 남호주 주총리는 우라늄을 통해 원자력발전을 하자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거의 3분의 2가 민간용도의 원자력산업을 지지했다. 사용하지 않는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핵발전소를 신축할 수 있고 기존 전력 공급망을 이용하면 된다. 핵폐기물은 안전하게 재사용될 수 있다.

넷제로 목표 채택에 이견을 보이는 스콧 모리슨 총리(오른쪽)와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국민당 대표)

연방 연립여당의 수장들인 자유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와 국민당의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는 글래스고 콘퍼런스를 앞두고 이번 주 호주의 장기 배출감축 전략을 공식 논의한다.  
 
이와 관련, 테일러 장관은 “모리슨 정부는 절대적으로 전통적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글로벌 문제이기 때문에 호주도 다른 나라들의 넷제로 달성에 협력할 필요가 있다. 호주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한 실질적 진로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길이며 이것이 반드시 글로벌 해결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호주의 2050 넷제로 목표 채택에 반대하는 기류가 컸던 국민당 의원들 사이에 변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당의 다렌 체스터(Darren Chester) 의원은 12일 “지난 2개월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당수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찬성 가능성이 95%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나비 조이스 국민당 대표와 충돌하며 당내 의원총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체스터 의원은 ABC 라디오와 대담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스콧 모리슨 총리가 넷제로 목표를 당론으로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연립 여당내 분위기 반전과 관련, 토니 애봇 전 총리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은 14일자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지에 모리슨 총리의 넷제로 목표 채택(예상)을 강력 비난했다. ‘모리슨의 넷제로 변신으로 우리가 어둠에 놓일 것(Morrison's switch to net zero leaves us in dark)’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호주가 넷제로를 채택하면 에너지 대란으로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력 반대 분위기를 조성했다.
 

보수 논객 페타 크레들린의 넷제로 반대 주장(디 오스트레일리안지 10월14일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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