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연방 정부를 제외한 모든 주와 준주는 이미 ‘2050년 넷제로 탄소배출 목표(net-zero carbon emissions target)’를  채택했다. 스콧 모리슨 연방 정부와 같은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 중인 NSW 주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다. 호주 인구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주정부들은 2030년까지 50% 감축을 약속한 바 있다. 

경제계에서도 넷제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주요 은행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에게 대출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큰 손인 퇴직연금 펀드들도 탄소배출 감축에 미온적인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큰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기업들도 페널티 관세 등 불이익을 당 할 수 있다.  
   
재계 리더들 중에서는 포테스트철강그룹(FMG)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퀸즐랜드 주정부에 이어 NSW주정부와도 수소산업 투자를 발표하며 신에너지원 창출 참여를 발표했다. 그는 자유당의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 의원들 중 넷제로에 반대하는 보수파를 향해 “지방 유권자들을 볼모로 잡고 위협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근 3개 글로벌 투자자그룹들이 기관투자사들을 모으면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의 기후 정책 영향을 평가했다.  
이 투자자 그룹 안에는 호주 금융 기업 AMP와 보험사 퍼페추얼(Perpetual)이 포함된 기후변화투자그룹(Investor Group on Climate Change: IGCC)도 있다. IGCC의 자산 가치는 620억 달러(미화 460억 달러)를 넘는다. 

이 투자자 그룹은 호주를 녹색 투자(green' investment)를 위한 가장 비매력적인 국가그룹(least attractive nations)으로 분류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게 평가했다. IGCC의 어윈 잭슨(Erwin Jackson) 정책 담당 이사는 “호주의 2030년 탄소 배출 목표와 호주의 주요 우방국들과 교역국들 사이에서 커지는 격차에 대해 투자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10-15위권에 있는 선진국인 호주가 언제까지 이런 한심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 이유는 호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책 때문이다. 
호주의 기후변화 목표는 2030년까지 2005년 탄소배출 수준의 26-28%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호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은 2030년까지 50-52% 감축, 한국은 40% 감축, 영국은 무려 68%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호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얼마나 부진한 대처를 하고 있는지 자명해 진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앞서 내셔날프레스클럽 연설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빨리, 희망컨대 2050년까지 넷제로 배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집권 자유당내 일부 반대 의원들이 있지만 자유당과 각료회의에서 넷제로를 추인한 셈이다. 
문제는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에서 과반 이상 의원들의 동의를 아직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리슨 총리는 글래스고 총회 참석 전 국민당의 동참을 바라고 있지만 아직은 찬성으로 당론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바나비 조이스 국민당 대표(부총리), 데이비드 리틀프라우드 국민당 부대표(장관), 브리지트 멕켄지 상원의원(장관) 등 당 지도부가 반대의 핵심 세력이다. 이들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장관직을 내놓고 평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연립 안에서 더 이상의 몽니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고 있다. 물밑으로는 넷제로를 지지하는 대신 농촌과 자원산업(특히 석탄)에 대한 수천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내려는 전략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제로에 대한 국민당의 합의 도출은 조이스 부총리는 물론 모리슨 총리의 연립내 리더십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글래스고 총회 이후 연말까지 약 1개월반은 모리슨 총리가 국경 재개방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와 국민 백신 접종률 80% 이상 도달에 올인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모리슨 총리가 내년 5월 총선을 준비하면서 경제 정상화와 2050 넷제로 목표 추진, 위드 코로나 정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아젠다를 앞세우며 12월 11일 조기 총선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2050 넷제로 목표 채택은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선진국 중 거의 호주만 미온적이며 부정적인 대응을 해 왔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세상을 구분하는 것처럼 기후변화도 그런 맥락에서 수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립서비스와 탄소배출 산업과의 반세기 넘은 끈끈한 유착 관계, 국민당의 몽니도 이제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에 대한 모리슨 총리의 결단은 그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될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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