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주와 세입자(사업자)는 사업 구조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한쪽은 비싼 임대비를 내야하는 입장이고 상대방은 그런 임대비를 차질 없이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상가 임대시장을 완전 뒤흔들어 놓았다.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호주 최대 쇼핑센터그룹인 웨스트필드(소유주 센터그룹)와 호주 전역에 1,333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모자익 브랜드(Mosaic Brands)의 임대비 충돌이었다. 

이 분쟁의 밑바닥에는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환경의  악화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증폭된 점이다. 크고 작은 소매업체들은 “소매(상가) 임대가 종전과 같은 가치가 있나?(Are retail leases worth what they used to be?)"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폐업 등으로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있다.   

중소 규모의 할로윈 팝-업(Halloween pop-up) 회사인 파티 피블(Party People)의 딘 살라카스(Dean Salakas) 최고경영자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답변했다. 그의 시드니 점포에서 반경 1km 안에 임대 간판이 22개라고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제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 일부는 그런 결과 직면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건물주들은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세입자들이 결국 그 가격을 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다. 그러나 현재 빈 임대 공간이 크게 늘고 있으며 아무도 건물주가 원하는 가격에 임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가 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 굴지의 쇼핑센터를 소유한 웨스트필드조차 세입자(점포)들의 문을 채워 걸었고(padlocked stores)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처리해야(write-offs)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웨스트필드 소유주 센터그룹이 쇼핑센터에 있는 모자익브랜드와 스트랜드백 점포들 129개의 문을 잠궜다(forcibly shuttered). 이에 모자익 브랜드는 “향후 2년 사이 1,333개 소매업소 중 약 3분의 1가량(3-5백개)을 폐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진통 후 센터그룹과 모자익브랜드는 협상을 통해 임대비 문제를 타결지었다. 웨스트필드가 어느 정도 양보(임대비 인하)를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부호 사업자 솔로몬 류의 프리미어 투자(Premier Investments)의 소매업소들이 모자익 다음으로 웨스트필드와 협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쟁의 핵심은 임대비인데 이는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서 상가 공간의 가치에 대한 문제다. 전자상거래가 급속 확산하면서 여러해동안 시달려온 소매체인점들은 다운사이징을 검토 중이다. 다른 사업자들은 상가 점포대신 온라인 매출 증대를 위한 투자 의향을 밝힌다.   

시티 센터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최소 3년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시드니 시티에서 평상시 임대의 60%로 계약을 하는 임시 점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기에 장기 계약은 거의 없다. 건물주들도 다수의 세입자들이 팬데믹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그동안 한인 상권을 포함한 상가 임대비는 사실상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overpriced)이었다. 종전까지 건물주들은 시장 조건 변화를 이용해 가격 조정(correction)을 피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현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 협상을 통해 ‘불가피한 조정(inevitable correction)’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들에게도 봄날을 간 듯하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