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NSW 전 지역에서 실시된 셀렉티브 시험 결과가 7월 9일부로 발표됐다.
올해 시험 결과는 그동안의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을 끈다. 이유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지난 십 수년간의 시험 출제 기관이었던 호주 회사인 ACER에서 영국의 케임브릿지(Cambridge)로 넘기면서 문제의 유형과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 점과 예전 시험문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동포 자녀들의 대부분은 학원가 또는 과외 등을 통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학원 시장은 이 때문에 지난 십 수년간 성황을 누려왔다. 이 점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크기때문에 교육부는 과도한 사교육을 통해 준비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시험문제 유형을 바꾸어 해결책을 찾아보려 하고있다. 이에 반대로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당황한 학생과 부모들은 더욱 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험의 성적 발표조차 예전의 300점 만점 제도에서 올해부터 120점 만점으로 바뀌어서 혼란을 주고 있고, 현재 결과를 통보 받은 부모들도 결과와 점수를 이해하는 데에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번 주부터 한호일보  지면과 온라인(아이탭 포함)을 통해 이해를 돕기위한 칼럼을 연재한다. 

이번 결과표를 받기 전의 학부모의 이해도는 Reading(읽기), Writing(쓰기), Mathematical Reasoning(수학적 추리력) , Thinking Skills(사고 능력) 네 과목이 아래와 같이 문제 수가 달라진 점과 가중치 (Weighting)가 다르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과 통지서를 통해 또 다른 개념을 이해 해야 한다. 척도 조절(Scaling) 계산인데, 4가지 시험의 가중치가 다르지만, 척도 조절까지하여 각 과목이 50점 만점으로 나타내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총 200점 만점이 되는데, 이것을 100점 만점으로 다시 계산하고, 최종 점수인 120 점 중 시험에서 얻어지는 이 100점 이외 나머지 20점은 초등학교 내신으로 평가하게 된다. 만약 초등학교 내신이 없는 경우 시험 성적인 100점 만점 스코어를 120점 만점으로 비중치를 계산하여 120점 만점으로 반영한다. 이로 인해 예전보다 학교 내신의 반영 가중치가 낮아지고, 전체 스코어에 학교 내신의 비중이 줄어들게 됐다.

이번에 나온 시험 결과로 이제 학생들은 그들의 12년 초중고교 생활 중  최대의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셈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녀의 셀렉티브스쿨  입학이 지난 3~4년간의 삶의 의미였던 학부모에게도 더 할 수 없는 성취감 또는 쓰디쓴 현실을 맛보게 되는 순간일 될 수 있다. 

물론 아직 합격은 못하였지만 대기명단(Reserve listing)에 올라가 있어서 다른 합격자들이 명문 사립학교 장학금 오퍼를 받아야 나올 수 있는 추가합격 통지를 간절히 기다리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대기 명단 합격자 발표는 8월 둘째 주부터 늦게는 12월 말까지도 결정날 수 있으니 연말까지 가슴 조이며 기다려보게 된다.

한국의 과열된 교육열과 경쟁을 정면으로 비판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에서 배우 이미연의 영화 데뷔가 30년이 지난 2021년, 우리는 호주에 살면서 12살 자녀의 셀렉티브 시험 성적에 온 가족이 웃고 울게 하는 ‘웃픈 현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학부모의 입장은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점은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셀렉티브 스쿨 입학이 얼마나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러한 지나친 사회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 호주 사회에서 이민자의 자녀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셀렉티브스쿨 역사

우선 NSW 셀렉티브 스쿨의 역사부터 짚어보고 또 셀렉티브 시험에 대해 어떠한 호주 사회의 여론이 있는지 알아보자. 셀렉티브 스쿨 제도는 1880년도 즈음 시작되어 1910년도까지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이렇게 초반에 지정된 몇몇 학교들은 지금까지도 역사 깊은 셀렉티브 스쿨로 자리 잡고 있다. 이때 당시에 고소득층이 아니라서 사립학교를 못 보내더라도 학생이 공부에 재능이 있다면 그에 맞는 교육을 이수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강행했던 백호주의 와도 맞물린다고도 한다. 당시 원주민 또는 이민자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시스템으로 셀렉티브 스쿨을 차별화하기 위함이라고 해석을 하는 이들이 그렇다. 어찌 되었건 이렇게 탄생을 하고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가 1960-70년대에 공립학교 교육이 더 자리를 잡아가게 되고 지역사회마다 공평한 교육 환경을 추구하는 움직임 때문에 셀렉티브 학교들은 구식이며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다고 지탄을 받을 때도 있었다.

아시아계 셀렉티브 상위권 장악 관련
부정적 여론 팽배.. 시험유형, 출제사 교체
   

그러다가 한참 이민을 많이 받고 있을 1980년 말쯤 NSW 주 정부가 재능 학생 발굴과 양육에 초점을 맞추어 가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셀렉티브 스쿨이 다시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 아시아에서 이민을 온  많은 이민자 자녀들이 셀렉티브 스쿨에 입학하는 반면, 중산층의 백인들은 사립학교나 가톨릭학교로 옮겨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1990년도에 들어가면서 호주 언론에서는 셀렉티브 스쿨 입학시험 상위권을 이렇게 아시아계가 장악한 상황을 부정적이고 인종차별주의 적인 시각으로 보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민자 부모의 높은 교육열과 과도한 사교육 열풍이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사실상 셀렉티브 스쿨을 장악한 이민자들을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이들의 주장은,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학원에 가서 시험 유형과 풀이 방법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아 고득점을 내는 부당한 특혜를 보게 되므로 시험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학원이나 과외에 몰두하게해 에 과도한 시험 스트레스를 주며 정신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은 이런 여론 때문에 올해를 시작으로 시험 유형과 출제사가 교체됐다. 학원 교육으로 단기간에 학습하기 어렵고 진정 사고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추려낼 수 있을듯한 문제들로 바꾸어 보게 되는 사단까지 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원가와 동양인 셀렉티브 학교 장악에 대한 피해 의식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까지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효한 주장이며, 이민자로서 셀렉티브 시험에 열을 내는 우리는 어떠한 반론을 펼칠 수  있는 것일까? 
정말로 공정한 셀렉티브 시험 시스템에 갑자기 동양인 이민자들이 몰려와서 학원가를 설립하고 호주 학생의 기회를 뺏고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걸까? 그것이 과연 이민자들의 잘못일까? 
우리는 왜 셀렉티브 시험성적에 울고 웃어야 하며 성적은 우리 자녀들의 행복한 인생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현직 NSW 고교 교사이며 이민 1.5세대인 필자는 한호일보 지면을 통해 호주 사회생활에 필요한 상식과 교육 관련  이야기를 펼칠 것이다.
 
한정태(Daniel Han) NSW 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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