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브(Dejavu)! 라고 탄성을 불러야 할까? 다가오는 4월 총선을 바라보며 이제는 끝내야 할 잘 못된 정치 행태가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알만한 비교적 신세대 정치인들이 당당하게 추진하는 창당(創黨) 움직임 말이다.

이 망국병을 잘한다는 건지 메뚜기 한철처럼 텔레비전 방송들이 미주알고주알 매일과 같이 보도하며 부추기는 건 더 한심하다.

알다시피 우리 정치 체제는 미국식 대통령책임제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민주주의 대의정치는 없다. 그래도 미국과 다른 선진 영미국가와 일본 등이 이 분야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은 양대정당제도(Two-party system)를 안정되고 일관되게 오래 가꾸어 나가기 때문이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서로 집권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100년 이상 해왔다. 내가 사는 호주도 마찬가지다.

패거리 정치

한국은 어땠는가. 나이든 사람들은 잘 기억하는 바지만, 초대 이승만 대통령 시절 미국식을 따라 여당인 자유당과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있었다. 그 후 대부분의 보수 또는 진보라고도 불리는 정권 아래 여당이 있고 제1 야당이 있어 왔지만 그걸 가지고 한국은 양대정당제도를 제대로 해왔다고 말할 수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정당 정치의 난맥상과 변질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그건 외모로만 정당 정치, 또는 양대정당이지 실상은 좋게 말해서 파벌(Factions), 속된 말로 패거리 정치판이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건전한 대의민주정치를 바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대부분의 정권은 기존 질서와는 무관하게 물리적 힘이나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한 포퓰리즘적 1인 정치 지도자가 급조한 정당에 돌아갔고, 그 때마다 기회를 노리던 기회주의 추종자들이 모여들어 그걸 지탱하였으니 거기에 정치 도의는 물론 정치 이념이나 정강정책으로 본 계속성 (continuity)은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 당은 1인 지도자의 몰락과 함께 운명을 같이 했고 긴 안목으로 보면 모두 하루살이 정당이었다. 거기에서 국민 대다수의 위임을 받는 책임 있는 집권당이 나올 수 없다. 광복 후 무려 100개도 넘는 군소 정당이 생기고 살아지는 이 정치 혼란 속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나 자신이나 다른 일반인도 먹자 골목의 식당처럼 너절한 그 이름들을 기억 못한다.

이합집산(離合集散)

그 이면을 생각해보면 더 기가 막히다. 소속 정당의 전망이 안 좋거나 당내 실세가 될 수 없거나 공천을 못 받게 되면 뛰쳐나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든가, 아예 하나를 따로 만들어버리는 철새 정치인들이 벌이는 추잡한 이합집산(離合集散) 때문이었다.

현장에 있지 않아 잘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으나,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의 행태와 전망이 과거보다 더 나아질 것은 없어 보인다. 이래가지고는 경제를 아무리 잘해도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만두라(Stop!)라고 소리 처도 모자라는데 국민은 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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