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가 잘 발달된 한국은 물론이고 여기 호주도 마찬가지. 여러 지선 도로를 달려온 자동차들이 8차선이나 더 큰 간선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면 어느 큰 지점에서 모두 합류(Merge)하여야 한다. 그때 운전자들은 질서를 지켜 움직여야지 아니면 전체가 정체 되고 만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의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 들고 싶은 비유가 이것이다. 다양한 의견은 좋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최선의 국익을 위한 민의, 달리 말하면 올바른 대세로 받아질 수 있는 의견(그게 바로 여론)으로 어느 정도 합일에 와 달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정부는 아무리 잘 할려고해도 갈팡질팡, 의견의 다양성은 혼란을 가져올 뿐이어서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가치가 될 수 없다.

모래 위에 쌓는 성

그런데 한국이나 그 연장선에 있는 해외 한인사회에서 그게 잘 된 적이 있는가. 거의 없다. 각 개인과 집단의 이익, 계층, 빈부격차, 지역 정서, 소외감과  피해 의식 등 말할 수 없이 많은 이유로 파편처럼 쪼개져 있다.  G5 또는 G7등의 이름으로 경제강국이라고 불러도 나라와 민족이 이렇게 36개 방향으로 계속 갈라져있다면 재원의 낭비도 크고 서로가 힘을 빼 길게 볼 때는 모래 위에 쌓는 성(城)이 될 수 있다.

권력은 가만두면 늘 부패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집단을 빼고는 국민은 의견의 총합인 민의를 만들어 정권을 견제하거나 협조함으로써 정치 과정에 똑 같이 또는 많은 부분을 참여할 수 있다. 말 자체를 그대로 믿을 수 없으나 현 정부도 국민을 따라 통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전달과 교육 수단인 언론이 원활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국정의 세 주체 간의 원활한 견제와 협조가 한국의 헌정사 거의 80년 동안 단 한번이라고 이뤄진 적이 있었나. 나는 과거도 그래왔지만 현 대통령인 윤석렬씨나 집권 세력을 좋아하거나 지지할만한 이유가 없다. 그러나 동정과 이해는 한다.

36개 방향의 분열

과거나 현재 마찬가지, 최고 통치자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난하나 그가 따라야 할 명백한 민의, 말하자면 국론통일을 국민이 만들어 제시한 적이 한번도 없다. 이건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지식인 사회, 특히 대학은 뭘 하는 곳인가 묻게 된다.

정권 쟁취를 빼앗기 위한 야당의 큰 목소리, 아니면 36개로 분열된 각 세력 간의 파열음만 들려 올뿐이다. 이런 혼란한 상황이 그간 쿠데타, 대통령 하야와 탄핵 등 예정성 없는 사회를 만드는 너무 많은 정변을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100% 국론통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처럼 큰 공공 이슈에 대하여 사사건건 쪼개지는 선진국은 없다. 분열 가운데 가장 불합리하고 누가 봐도 후진적인 사안 하나는 손바닥만한 좁은 땅이고 단일 민족인데도 지역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다.

우리는 말은 잘하는 민족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부터 “뭉치면 살고 헤쳐지면 죽는다’고 외쳤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뭉쳐본 적이 있는가.

다가오는 총선거를 바라보며 여당과 야당, 그리고 거기에서 쪼개져 나간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한다며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다니든, 어느 정치 집단이 집권을 하든 국론통일과 국민통합이 없이는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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